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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몸과 마음이 옷을 따라간다

결혼하고 한참 동안 아빠는 몸에 달라붙는 옷들을 좋아했어. 어느 날 아빠 상사가 헬스장을 더 이상 갈 수 없을 거 같다며 남은 헬스장 이용권을 아빠에게 주기 전까지 말이야. 한 번도 헬스장을 가보지 못한 아빠로선 헬스장이 궁금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구경도 하고 싶어서 퇴근하고 나면 무조건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했지. 상사가 준 헬스장 이용권 기간이 다 되어 갈 때 헬스장을 계속해서 다니고 싶어서 추가로 1년 헬스장 이용권을 결제하고 운동을 1년 동안 꾸준히 했어. 그러다가 대학교 이후로 한 번도 변하지 않던 윗도리 사이즈가 애매해지기 시작한 거야. 대학교 시절부터 줄곧 100 사이즈를 입던 옷들이 조금씩 답답해지기 시작한 거지. 가슴과 팔뚝의 사이즈가 100과 105 사이즈 중간이 되어 버린 거야. 100 사이즈는 살짝 끼고, 105 사이즈는 넉넉해진 거지. 불편하게 지내는 것보다 여유 있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 윗도리를 105 사이즈로 입게 됐지.

 

이때부터였을까? 옷이 여유가 있으니까 많이 먹은 날도 몸이 무거운 거를 인식하지 못한 채 생활을 한 거야. 바지도 딱 달라붙는 게 싫어서 한 동안 쇼핑 삼매경에 빠졌지. 바지도 허리는 29 인치에서 30 인치가 맞는데, 허벅지가 유달리 발달한 아빠는 30 인치 바지를 입어야 했어. 30 인지 바지는 허리는 크고, 허벅지가 맞다 보니까 고모에게 부탁해서 늘 옷을 수선했지. 이렇게 지낸 지 2년이 지나고 나니까 평소 헐렁하던 바지가 불편하기 시작했어. 허벅지가 딱 맞게 된 거지. 그러다 보니까 회사에서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볼 때 바지가 불편한 거야. 의자에 앉았을 때 헐렁한 바지가 늘어난 허버지로 인해 아빠의 중심부를 압박하고, 두 무릎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거야. 환장하는 거지. 이 기분을 알까 몰라. 무릎은 의식하지도 못한 채 멀어져 있고, 발은 붙이고 앉아 있다 보니 2-3시간 앉은 후 화장실을 갈 때면 무릎이 아파오는 거야. 아들은 절대 이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슬프지 않니? 오늘 퇴근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SNS나 방송에 계속해서 출연하는 방송인들은 어떻게 몸매를 관리하기에 10년이 지났는데도 늙기는커녕 더 젊어 보이고, 곧은 몸매를 가지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예전에 할머니가 이야기하신 내용이 생각났어. 

정장을 입으면 몸과 마음이 쫙 잡힌다.
사람이 펌퍼짐한 옷을 입고 다니면 몸과 마음도 펌퍼 짐 해 진다.

최근에 MBC에서 방영한 '공부가 뭐니'라는 프로그램에 홍성흔 야구 코치가 출연을 했어. 홍성흔 코치는 유명한 야구선수였고, 지금은 한국 1호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 야구를 한 번이라도 좋아한 사람이라면 홍성흔 코치를 다 알 정도로 유명해.

유니폼을 입으면 한 여름에도 덥지가 않다가, 유니폼을 벗고 일반 옷을 입으면 왜 그렇게 더운지 모르겠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아빠의 몸과 마음가짐도 같이 변한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지. 아빠가 강사로 전국을 돌아다닐 때 항상 정장을 입고 다녔거든. 그 당시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라 좋은 정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 앞에 서고, 보이는 모습이 있기에 늘 가슴도 펴고, 곧게 서고, 말도 조심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나. 지금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집안 청소하고, 씻고, 바로 회사로 출근해서, 옷도 손에 잡히는 거 그냥 걸치고 출근하지. 그렇다고 처음부터 아빠의 자세나 몸이 불편하다고 느낀 것은 아닌데 계속해서 몸과 마음가짐을 생각하지 않다 보니까 이제 불편함을 느끼더라고. 이미 옆구리에 살은 붙고, 허벅지는 굵어지고. 옷이라는 게 다르게 다가오더라.

 

그래서 아들은 옷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 될 수 있으면 몸에 살짝 불편하게 옷을 입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고. 아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옷을 직접 구매해 보는 걸 권하고 싶어. 결국 나를 나답게 만드는 건 바로 나더라!

 

꾸민 듯 안 꾸민 듯(꾸안꾸) 멋지지 않니?